과거에는 겨울에 크게 힘을 쓰거나 노동력을 요하는 일들이 없었기에 눈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나무를 하러 다니는 일 말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쉬기 때문에 조상들은 세 끼 밥을 먹는 일이 죄스럽다 하여 점심 한 끼는 죽을 먹었다고 한다.
속이 쓰리고 아플 때면 사람들이 포장지 째로 입에 넣고 빨아먹던 흰색의 약을 기억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그 약의 재료가 양배추의 성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양배추에 들어있는 비타민U는 궤양이나 염증을 제거하고 상처를 봉합하는데 상당히 좋은 효과가 있어 위나 십이지장의 궤양에 가장 좋은 식품이 양배추임에 틀림없다.
자주 들어온 말 중에 ‘검은머리가 파뿌리 된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은 단순히 머리카락이 희게 변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고 나는 늘 궁금하였다. 더 정확히는 세상에는 흰 빛깔을 가진 것들이 무수히 많은데 늙는다는 말의 대명사를 왜 하필이면 파뿌리에 비유한 것인지 궁금하였다고 하는 말이 맞을 것이다.
병명은 기억할 수 없지만 심하게 앓아누웠던 어린 시절의 어느 날을 기억한다. 어머니께서 된장으로 간을 한 아욱국죽을 끓여주셨는데 그 뜨거운 죽을 후후 불어 가면서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니 콧잔등에는 땀방울이 송송 맺히고 몸이 날아갈 듯이 가벼워져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하기 전 완도에서 배를 타고 다시 들어가는 조그만 섬 생일도에 인사를 간 것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겨울이었다. 하룻밤을 묵으면서 미역과 함께 김을 채취해서 말리고 상품으로 만드는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게 되는 귀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며칠 후면 동지(冬至)다. 동지는 한자의 뜻 그대로 겨울에 이르렀다는 말로 태양이 가장 남쪽으로 기울어져 밤의 길이가 일 년 중 가장 긴 날이다. 동지가 지나면 낮의 길이가 매일 1분씩 길어진다. 그래서 조상들은 태양이 기운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동지를 설날로 삼기도 했었다고 한다.
며칠 전 대설이 지났다. 대설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함양에도 무지하게 많은 눈이 내려 일상의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운 지경이 되기도 하였다. 일 년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절기인 대설은 시기적으로는 음력 11월. 양력으로는 12월 7일이나 8일 무렵에 해당하며 태양의 황경은 255도에 도달한 때이다.
곡식에 물을 많이 붓고 푹 퍼지도록 끓여 반유동식으로 만든 음식을 우리는 죽이라고 부른다. 한자로는 粥으로 쓰는데 이시진은 ‘본초강목’에서 ‘죽(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재미있게 설명하였다. 죽(粥)은 미(?)라고도 하는데 양옆에 궁(弓)자가 있고 중간에 쌀을 의미하는 미(米)자가 있다.
반질반질 탱탱하던 대추. 그러나 따두면 언제인지 모르게 그 얼굴이 쭈글쭈글 붉게 변한다. 그래서 그러셨는지 할머니는 언제나 대추를 보고 먹지 않으면 늙는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한 두 개라도 집어먹기를 강요하셨다.
타락죽은 대장금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세인에게 알려졌으며 최근에 방영이 끝난 드라마 신의에서도 공민왕이 즐겨 먹었던 것으로 나왔다. 쌀을 불려서 곱게 간 후에 우유를 넣어 끓인 타락죽은 조선의 왕가에서 병치레 후에 회복에 도움이 되게 하였으며 약을 오래 투여하여 입맛을 잃고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있을 때 식치(食治)의 의미에서 보양식으로 먹었던 음식이다